[관측일지] #53. 4년만의 재회

  1. 1. 기록표
  2. 2. 도박
    1. 2.1. 가는 길
    2. 2.2. 천문인마을
  3. 3. 대참사
  4. 4. 사진 찍기
    1. 4.1. 루틴
    2. 4.2. 적도의
    3. 4.3. 일주
    4. 4.4. 밤하늘
    5. 4.5. 결과
      1. 4.5.1. M42
      2. 4.5.2. M45
      3. 4.5.3. 일주
  5. 5. 집으로

기록표

일시 & 장소

  • 날짜 : 8.23 ~ 8.24
  • 관측지 : 횡성 천문인마을

하늘의 상태

  • 날씨 : 95/100 (풀타임 관측 가능)
  • 구름 : 5/100 (거의 없음)
  • 시상 : 80/100 (약간 애매함)

장비

  • Set #1 : Vixen GPD (w/ EQ5 control motor) + Canon 650D (LPF removed) + William Optics Star-71
  • Set #2 : Canon EOS 80D + Canon EF-s 18-55mm f3.5-5.6 II USM + Simple Tripod
  • Set #3 : Nikon F3 + Nikon 80-200mm f/4

목표

  • 날씨가 맑기를 빌기
  • 딥스카이 아무거나 촬영

결과

  • 일주 : 타임랩스로 재활용
  • M42 : 15프레임 획득
  • M45 : 8프레임 획득

도박

밤샘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온지 하루만에 또 가게 되었다.

사실 오늘 날씨가 완벽하지는 않다. 메테오블루 상에도 그렇고, 여러가지 관측지를 검색해봤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더라. 그래도 사람은 모이고 차도 빌린 상태라 어디로 갈지 정해야 한다.

기상청 예보와 메테오블루와 여러가지 자료를 종합한 결과, 원주나 제천쪽으로 내려가야지 날씨가 맑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고, 원주와 가까운 횡성에 있는 천문인마을로 목적지를 정했다.

하지만 오늘 어디를 가든지 엄청나게 리스크가 큰 도박이다. 가장 안좋은 경우에는 그냥 가는 길에 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

가는 길

실제로 가는 길만 보면 그냥 돌아가는게 나을 정도였다. 고속도로를 들어가자마자 비가 세게 내리기 시작하고, 비가 그치니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관측지로 가면 갈수록 여기저기 있던 구름도 걷히고 안개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도박 성공인가?

다행히도 관측지에 도착하기 10분전에 하늘을 보니 깔끔했다.

천문인마을

천문인마을은 이전에 한 번 가본적이 있는 곳이다. 그 때는 건물에서 숙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관측지를 찾아야 한다. 하여튼 날이 좋을 때에는 꽤나 좋은 하늘을 보여줬던 곳이다. 괜히 이름이 천문인마을이 아니다.

대참사

천문인마을에 도착해서 어디에 차를 댈지 돌아다니다가 차 한쪽 바퀴가 길 바깥쪽으로 빠져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분명히 평지였는데 풀숲때문에 길이 아얘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차를 빼려고 몇 번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어서 견인차를 불렀다. 견인차가 오는 동안 다들 장비를 빼서 세팅을 시작했다.

사진 찍기

세팅을 하는 동안 견인차가 와서 차를 안전하게 빼냈다. (만세!)

루틴

보통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여러개일 때, 망원경을 세팅해서 딥스카이 사진을 돌려놓고 일주를 세팅한 후에 점상을 찍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비효율적인 것 같다.

적도의

우선 적도의 컨디션이 관측하는 날에 따라 다르다. 운이 좋을때는 오토가이드까지 20분 내로 세팅이 다 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과 같은 경우 장비가 계속 말썽을 부려서 2시가 넘어서 사진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분명히 매일 똑같이 세팅을 하고 똑같이 조절하는데 왜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아마 적도의가 20년도 더 된 친구라 그냥 늙어서 그런걸로 보이긴 한다.

오늘은 특히 말썽이었다. 원래라면 가이딩 그래프가 그래도 x축에 붙으려는 노력은 해서 볼 만 했는데, 오늘은 주기적으로 한번씩 튀는게 심해서 조절해주는 데 애를 먹었다.

일단 새내기와 같이 세팅을 하고, 오늘은 ISO를 높혀서 장수를 많이 뽑는 방향으로 갔다.

일주

일주는 어려운게 있나? 구도 잡고 5분만에 세팅 끝냈다. 앞으로는 관측지에 도착해서 일주를 돌려놓고 딥스카이 세팅을 시작하는 쪽으로 바꿔야겠다.

밤하늘

이렇게 장비를 세팅하고 나면 할 게 없어지니 밤하늘을 보게된다. 돗자리를 가져오면 땅에 누워서 더 편하게 볼 수 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유성이 많이 떨어졌다. 예전에 학교 신문에서 동아리 취재를 했을 때, 기사 중에 별똥별이 떨어지는 소리는 ‘오’ 라는 대목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다. 세팅하고 있을 때, 단체로 ‘오’ 하는 소리가 들리면 별똥별이 떨어진 것이다.

다들 감탄했는데, 본인만 못보면 화가 난다.

결과

M42

오리온 대성운, 천체사진에 입문하면 가장 초기에 찍는 대상이다. 하지만 가장 찍기 쉬우면서 가장 찍기 어렵다. 성운 자체는 밝고 커서 작은 망원경으로도 잘 들어오지만, 가운데 부분이 너무 밝아서 사진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여튼 오늘은 장비 상황이 너무나 안좋아서 ISO를 좀 높이 설정했던 것 같다. 그 중 보정하지 않은 한 장만 소개한다.

오리온 대성운. Copyright©2020 By 안성희

가운데에 있는 것이 오리온 대성운이다. 그리고 그 성운중에서 가장 가운데에 있는 밝은 부분이 별이 태어나고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오리온 대성운 왼쪽에 있는 푸른 빛이 나는 성운은 running man nebula라고 한다.

지금 보면 사진에 노이즈가 꽤 많다. 보정하지 않은 한 장이라 그렇다. 보정한 사진은 사진전 끝나고 한 12월? 쯤에 받아야지…

M45

플레이아데스 성단, 하늘에서 가장 밝은 성단 중에 하나다. 도시에서도 위치만 알면 쉽게 볼 수 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Copyright©2020 By 조윤아

사진 가운데에 누워있는 물음표 모양으로 된 별들이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다. 실제로는 파란색 별이다. 사진이 기괴해보이는데, 아직 스택하고 보정을 안해서 그렇다. 보정한 것 받으면 더 예쁠 것이다.

사진이 너무 밝아보이는 것은, 원래 사진을 밝게 찍기 때문이다. 천체사진중에 딥스카이같은 것은 나중에 후보정을 염두해둬서 웬만하면 사진이 히스토그램의 50%에 걸치게 찍는다. 혹시나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시길…

일주

정신이 없지만, 일단 일주도 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합성해봤다.

간단하게 합성한 일주, 추후 보정 필요

옆에 있는 빛은 어쩔 수 없지만, 일단 합성하면 잘 나올 것 같다는 느낌만 받고 껏다.

집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한강이 멋있어서 한 장 찍었다.

집으로 가는 길

차를 타고 안암으로 돌아온 시간은 7시, 집을 들러서 씻고 다같이 국밥을 먹으러 갔다. 다들 밥먹고 자러가는데, 나만 출근한다.

밤샘을 했더니 오늘도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잠을 잘 자자…